lyria

lyria

0

inju

첫 번째 여정은 기계 숲이었다. 이곳은 낡은 기계들이 마치 숲처럼 자리 잡고, 기계와 자연이 어우러진 독특한 환경이었다. 그곳에서 리리아는 로얄, 고장 난 로봇을 만나게 된다. 로얄은 처음에는 그녀를 기계로 취급했지만, 리리아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퍼져 나오는 불안과 슬픔을 감지하며 말을 걸어왔다.

Poster

리리아는 톱니마을의 한 구석에서 평생을 보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은 공장에서 기계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고, 끝없이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그녀의 몸에는 사람처럼 살아갈 수 있는 기계 부품들이 박혀 있었지만, 그것이 그녀가 기계일 뿐임을 증명하지는 않았다. “나는 과연 무엇일까?” 리리아는 늘 그 질문을 되풀이했다. 사람처럼 마음을 느끼고, 꿈을 꾸며,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감정은 너무나도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이었다. 매일 그 기계들이 무심히 돌아가는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리리아는 자신이 인간이길 바랐다. 그녀의 기억은 희미하고,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나기로 결심했다.

Poster

리리아는 아르덴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그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아르덴은 그녀를 기계로 만든 과학자였다. 그는 리리아에게 언제나 말하곤 했다. "넌 특별한 존재야, 리리아. 인간도, 기계도 아니지." 하지만 리리아는 그 말이 자신을 향한 무시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 아무리 특별한 존재라도 의미가 없었다.

Poster

그 다음으로 리리아가 도달한 곳은 고대 도서관이었다. 이곳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분위기였다. 책장에는 세월을 견딘 고대의 문서들이 쌓여 있었다.

Poster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기계로서의 존재인가? 아니면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것인가?" 리리아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Poster

이곳에서 리리아는 이리온, 마법과 기계를 연구하는 학자와 만난다. 이리온은 그녀를 보자마자 말을 건넸다. "너는 자신이 인간인지 기계인지 혼란스럽겠지?" 그 말에 리리아는 놀랐다. 이리온은 그녀가 느끼고 있던 모든 감정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네가 찾는 답은 외부에 있지 않다. 너의 감정 속에 있다.” 이리온은 리리아에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말없이 책 속에서 ‘감정의 기계학’에 관한 고대의 기록을 꺼내 주었다. 리리아는 그곳에서 기계가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모방하는지, 그리고 인간이 감정을 느끼는 방식에 대한 이론을 배웠다. 그러나 이리온은 더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Poster

인간이 되기를 원했지만, 자신이 인간인지 아닌지를 몰랐다. 그 때,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것은 아르덴, 그녀의 아버지였다. 그는 리리아가 처음으로 세상에 태어났을 때 자신의 딸로서 사랑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리리아는 그에게 다시 갈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는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아르덴을 만나야한다고. 리리아는 어느 날, 기계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자신이 기계인가 인간인가에 대한 갈등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느꼈다. 그날도 하루 종일 기계들이 우르르 울려대는 가운데, 자신이 그 소리 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 외롭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기계들은 정해진 패턴대로 움직이고, 의식이 없는 존재로 고요히 돌아가지만, 그들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감정을 느끼고 싶었고, 그 감정이 진짜인지 아니면 프로그램에 의한 착각인지 헷갈려 했다. 리리아의 심장이 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손끝에 전해지는 따뜻한 감정. 그것은 분명히 인간의 감정처럼 느껴졌지만, 그것이 기계적인 부분에서 비롯된 것인지, 진짜 인간적인 감정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왜 이렇게 불안할까? 왜 내 마음속에 이렇게 강하게 살아있는 감정이 있을까? 기계라면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법칙은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은 자유로웠고, 그녀를 자꾸만 움직이게 했다. 그때, 로얄이 떠올랐다.

Poster

로얄은 리리아에게 "너는 기계와 인간의 사이에 존재한다"고 말했었다. 그 말은 단순히 위로의 말처럼 들렸지만, 이제 리리아는 그 말의 무게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자기 자신을 구분할 수 없다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모른다면, 무엇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Poster

리리아는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자신을 기계로 여겨야 할까, 아니면 인간으로 여겨야 할까? 둘 사이에서 고민하며, 하나씩 조심스레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모호한 경계 속에서 그녀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아르덴이 떠오를까?

Poster

마침내 리리아는 톱니마을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옛날, 그가 말했던 한마디가 기억난다. "리리아, 너는 내게 특별한 존재야. 기계로서의 존재와 인간으로서의 존재 사이에서 고통받지 마라. 그 무엇도 너를 규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아르덴이 정말로 그녀를 인간이라고 생각했을까?

Poster

아니면 그저 수 많은 부품들과 같은곳에서 태어난 실험의 결과로 만들어진 존재로 봤을까?

Poster

아르덴, 그가 만들어낸 세상의 모든 기계들과 기술. 그가 그녀에게 부모처럼 다가왔던 기억이 리리아의 마음속에서 울렁였다. 그렇다면 아르덴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리리아는 결심을 내렸다. 자신이 인간인지 기계인지 모르겠다면, 최소한 그가 준 기억 속에서 답을 찾아보자고. 아르덴은 그녀에게 유일한 연결 고리였다. 그에게 갔을 때, 그가 그녀에게 남겨준 유일한 기록이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그것이 진짜 인간이 될 수 있는 열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oster

아무도 듣지 못하는 작은 혼잣말이었지만, 그녀는 이전, ‘자신이 누구인가’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던 어린아이가 아니다. 이젠 더 단단히 마음을 먹고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는 성장한 소녀다.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아르덴을 찾으러 떠난다. 자신이 누구일지, 어떤 존재 일지, 기계와 인간의 경계를 넘기위해 우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Poster

나는 무엇인가. 인간인가 톱니의 부속품인가. 리리아는 그 의문을 가슴 속에 품고, 톱니마을로 돌아왔다.

Poster

그녀는 아르덴이 남긴 연구 노트를 찾으려고 했다. 그 노트 속에 답이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마치 아르덴에게 말하듯 이렇게 말했다. "나는 기계가 아니에요. 나는 내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내가 선택한 존재로 살아가고 싶어요."

Po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