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in the Eilean Forest"

"House in the Eilean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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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그리고 곧, 다 같이 고개를 숙이고 수프를 떠먹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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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는 조용하고 우아한 종족이다. …적어도 책에서는 그렇게 쓴다. “이 마늘중독 드워프! 내가 마늘 알레르기 있다니까!” “그건 마늘이 아니라 ‘은은한 숲의 뿌리’야, 풀떼기야!” 오늘도 아침 식탁 위엔 식사가 아닌 분노가 가득하다. 여긴 에일런 숲 중심에 있는 오래된 하숙집, ‘그린루트’. 그리고 지금 주방에서 프라이팬을 들고 엘프가, 그 프라이팬을 방패 삼아 드워프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곳의 주인, 라니엘 할머니, 은퇴한 대마법사이자 종족 공존주의자다. 그녀의 인생 철학은 간단하다. “밥 같이 먹으면 친구다.” 그래서 그녀는 엘프, 드워프, 오크, 심지어 고양이까지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모두가 성격이 안 맞는다. 엘프 실피아는 청결과 예절의 화신…이 었지만, 지금은 분노조절 장애로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드워프 쿠르는 전통 금속 대신 나무 가구를 조각하는 낭만주의자. 다만 아침마다 ‘왜 엘프들은 나무를 자르지 말라 하면서 가구는 좋아하냐’고 불평한다. 오크 보그는 외모는 무섭지만 시를 사랑하고. 인간 미노는 이 집 막내 하숙생이지만, 사실 할머니의 감시 대상이다. 종족 전쟁이 다시 일어날까 봐. 아니, 그나저나. 대체 밥은 언제 먹는단 말인가! 실피아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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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됐어! 오늘 아침은 각자 먹어!” 실피아가 선언하자, 라니엘 할머니가 목소리를 높인다. “그럼 너희 다 아침 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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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신기하게도, 이 하숙집은 계속 굴러간다. 누구 하나 떠나지 않고, 매일 싸우고, 또 밥을 먹는다. 왜냐고? “밥상 엎으면 라니엘 할머니가 진짜 마법 쓰니까.” “작년엔 진짜로 집이 닭으로 변했었잖아…” “그 닭이 지금도 알 낳는 중이야. 신기하게도 4종족 공용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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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속에서 핀 사랑의 꽃’이 뭐 어때서!” “너 그거 나보고 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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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물이 안 나오고, 가끔 쿠르가 만든 의자가 앉으면 부러지고, 실피아는 창문에 먼지 하나로 하루를 날려버린다. 보그는 오늘도 새 시를 낭독하다가, 실피아에게 베개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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