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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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gun

한적한 도시 외곽. 사람의 발길이 끊긴 오래된 폐교의 옥상 위. 회색빛 저녁 하늘이 끝도 없이 도시를 덮고 있었다. 소년은 바람을 맞으며 난간 앞에 서 있었다. 바짝 말라붙은 운동화 끝이 허공을 향해 있었다. 그는 손으로 난간을 꼭 붙잡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비어 있었다. 무언가에 기대지도 못하고, 누구에게도 불리지 않은 채, 그는 마지막 한 걸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기서 사라지면, 아무도 모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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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이름은 김현도. 오래전부터 혼자였다. 부모 없이 자랐고, 친구 하나 없었고, 학교는 지옥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달라질 줄 알았지만, 그를 괴롭히던 아이들은 똑같이 같은 학교로 배정되었다. “도망쳐도… 똑같잖아.” 현도는 중얼이며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아무도 몰라… 사라져도.” 바람 소리만이 귓가를 스쳤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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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이상하게 일렁였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스며들듯 나타났다. 연기처럼 퍼지며 형체를 감췄고, 빛도 그림자도 닿지 않는 무(無)의 존재. 그 중앙에는 거대한 하나의 눈이 떠올라 있었다. 눈. 그것은 조용히, 아주 깊고 오래된 시선으로 소년을 바라봤다. 현도는 눈을 마주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심장은 뛰고 있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그 존재는 무섭지 않았다. 이상하게 따뜻했다. 그 눈이 조용히 물었다. “더는… 그 몸이 필요없다고 한다면, 나에게 줄 수는 없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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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도는 숨을 멈췄다. 정말 말이 들렸던 걸까? 내가 착각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는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살아보고 싶어. 너와는 반대로.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함께 웃어보고 싶어.” 그 말은 이상하리만큼 마음을 파고들었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다가온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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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스트. 우주의 시작부터 존재한 외로운 생명체. 이제 그는, 지구의 이름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좋아, 김현도. 이제부터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거야.”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템페스트에게는 아무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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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도의 눈가에 조용히 눈물이 맺혔다. 그는 작게, 하지만 분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삶, 대신 살아 줘.” 눈동자 하나가 천천히 빛을 가라앉히며 그를 감쌌다. 어둠은 연기처럼, 안개처럼, 조용히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아무런 저항도, 고통도 없이. 단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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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침. 작은 고등학생의 방. 빛이 들어오는 창가. 소년이 침대에서 눈을 떴다. 그는 여전히 김현도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엔 어제까지 없던 빛이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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