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묵(黑墨)의 편지》

《흑묵(黑墨)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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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ol


“정의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그날 나는 들었다. 그 소리는 종이 위의 잉크보다도 차가웠다.” — 조르주 피카르, 1906년 회고록 중에서 (허구) 1. 레터 오브 저지먼트 (Letter of Judgment) 1894년 10월, 파리. 낡은 책상 위에 종이가 한 장 놓여 있었다. "총장님, 문제의 '보르데로(bordereau)'를 입수했습니다." 피카르 소령은 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서기관은 천천히 종이를 읽었다. 독일 무관 슈바르츠코프에게 발송된 군사 기밀 문서. 필체는 흐릿했지만, 불길한 단서가 거기 있었다. "드레퓌스 중위…" 그 이름이 군 정보국의 복도에 번갔다. 유대인, 알자스 출신, 포병장교, 차가운 이성의 소유자. 그것이면 충분했다. 2. 눈먼 재판, 봉인된 심장 군사법정은 비밀리에, 그리고 신속하게 그를 유죄로 판결했다. 증거는 모호했고, 반론은 기각되었다. 사람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대인이지." "지나치게 똑똑했잖아." "국가의 적일지도." 그가 악마섬으로 끌려가던 날, 비 내리는 몽마르트르 언덕 위에서 한 여인이 울었다. 드레퓌스의 아내, 뤼시. 그녀는 알았다. 남편은 죄가 없다는 것을. 3. 침묵과 잉크 몇 년이 흐르고, 피카르 소령은 서랍 속에 묻힌 또 다른 문서를 열람하게 된다. — 에스테라지 소령, 또 다른 편지를 독일 대사관에 보낸 자. "필체가… 동일하다."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진짜 배신자는 따로 있었다. 그는 상관에게 보고했으나, 되돌아온 것은 강등과 해외 발령이었다. 진실은 여전히 위험한 것이었고, 군은 그 위험을 감당할 의지가 없었다. 4. 나는 고발한다 1898년, 파리 아침. 신문 가판대마다 커다란 활자가 눈을 찔렀다. "J'Accuse...!" “나는 고발한다!” — 에밀 졸라. 작가가 던진 이 선언은 번개처럼 프랑스를 갈랐다. 국가는 흔들렸고, 군부는 분노했으며, 시민은 분열되었다. 진실은 이제 대중의 무대 위로 끌려 나왔다. 광장의 돌 위에, 신문 지면 위에, 사람들의 심장 위에 새겨졌다. 5. 회복의 시간 1906년, 드레퓌스는 복권되었다. 그는 다시 군복을 입고, 서서히 잊혀졌다. 하지만 그는 달라진 사람이었다.



강철처럼 굳었고, 돌처럼 말이 없었다. 뤼시는 그를 기다렸지만, 악마섬에서 돌아온 이는 그녀가 알던 남편이 아니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억울한 이의 검은 잉크가 흘렀다. 그 편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였다. 에필로그: 잉크는 마르지 않는다 드레퓌스의 손자는 훗날 이렇게 썼다. “할아버지는 끝까지 ‘나는 조국을 사랑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조국은 그를 미워했었죠.” 진실은 늘 뒤늦게 도착한다. 그러나 도착은 한다. 검은 잉크로 쓴 편지는 언젠가 정의의 빛 아래서 다시 읽히기 마련이다.
